
중국 섬서성 남서부에 자리한 한중시(汉中市)는 북쪽의 진령산맥(秦岭)과 남쪽의 대파산맥(大巴山) 사이에 형성된 역사문화 도시다. 중국어 발음은 ‘한중(Hànzhōng)’으로 우리말의 ‘한국과 중국’을 뜻하는 한중(韓中)과 발음은 같지만, 한자로는 ‘汉中’이라고 쓴다. 도시 중심을 한강(汉江)이 흐르며 온화한 기후와 풍부한 생태환경 덕분에 ‘서북 지역의 작은 강남’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한중은 중국 역사에서 ‘한(漢)’이라는 이름의 발원지로 평가받는다. 진나라가 멸망한 뒤 항우는 유방을 한왕(汉王)에 봉하고 한중을 근거지로 삼게 했다. 이후 유방은 한중에서 세력을 길러 천하를 통일하고 한나라를 세웠다. 오늘날 중국의 주류 민족을 한족(汉族), 중국 문자를 한자(汉字), 중국어를 한어(汉语)라고 부르는 데 사용되는 ‘한’이라는 명칭도 이러한 역사적 전통과 연결돼 있다.
삼국시대에도 한중은 촉한과 위나라가 치열하게 다투었던 군사적 요충지였다. 유비는 한중을 차지한 뒤 한중왕에 올랐으며, 제갈량은 이 지역을 근거지로 여러 차례 북벌을 추진했다. 한중시 면현(勉县)에는 제갈량을 기리는 무후사(武侯祠)와 그의 묘로 전해지는 무후묘(武侯墓)가 남아 있다. 한중박물관이 자리한 고한대(古汉台)와 한나라 시대의 옛 잔도 유적으로 유명한 석문잔도(石门栈道)도 도시의 오랜 역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명소다.
한중의 또 다른 매력은 뛰어난 자연환경이다. 진령산맥과 대파산맥, 한강 유역이 어우러져 산림과 수자원이 풍부하고 희귀 동식물도 다양하게 서식한다. 특히 양현(洋县)은 멸종위기 조류인 따오기, 중국명 주환(朱鹮)의 주요 서식지로 유명하다. 한때 야생에서 거의 사라졌던 따오기가 이곳에서 발견된 뒤 보호와 증식 사업이 추진되면서 양현은 중국 생태보호의 상징적인 지역으로 떠올랐다.
봄철 한중분지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유채꽃밭도 빼놓을 수 없다. 매년 3월을 전후해 넓은 농경지와 구릉지에 유채꽃이 피면 한중 전역이 거대한 꽃밭으로 변한다. 한중시는 이를 활용해 유채꽃 관광문화축제를 열고 있으며, 2026년 축제도 3월 18일 한대구에서 개막했다. 유채꽃과 전통문화, 농촌 체험을 결합한 이 축제는 한중을 대표하는 봄철 관광 행사로 자리 잡았다.
먹거리에서는 섬서성 북부와는 다른 한중만의 특색이 나타난다. 쌀가루 반죽을 얇게 쪄서 만든 한중미피(汉中米皮)는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에 매콤한 고추기름이 어우러진 대표 음식이다. 콩으로 만든 두부와 죽을 곁들이는 채두부(菜豆腐), 새콤한 국물이 특징인 장수이면(浆水面)도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다. 차 재배에 적합한 기후 덕분에 한중선호(汉中仙毫)를 비롯한 녹차도 지역 특산품으로 꼽힌다.
교통 여건도 크게 개선됐다. 서안과 성도를 연결하는 서성고속철도(西成高铁)가 한중을 지나면서 서안이나 성도에서 고속철도로 접근할 수 있게 됐다. 고대에는 험준한 산맥을 넘어야 했던 군사·교통의 요충지가 오늘날에는 섬서성과 사천성을 연결하는 관광·물류의 중심지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한중은 화려한 대도시라기보다 깊은 역사와 자연의 여유를 함께 간직한 도시다. 한나라와 삼국지의 흔적을 따라가다가 진령산맥의 푸른 산과 한강의 물길을 만나고, 봄이면 끝없이 펼쳐진 유채꽃밭을 감상할 수 있다. 중국 고대사와 생태여행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중은 서안과 성도 사이에서 잠시 들르는 도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충분히 찾아갈 만한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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