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원칙과 책임의 시간, 김종신 경정, 명예로운 퇴임

경찰 조직의 기준으로 남은 한 인물의 정년퇴임 순간

성과보다 태도로 기억된 36년 공직의 기록

책임을 선택해온 시간, 퇴임 이후를 향한 또 다른 공공의 길

36년 동안 현장과 조직을 지탱해온 한 경찰이 조용히 제복을 내려놓았다.
안양동안경찰서는 12월 30일 오전 본관 5층 강당에서 2025년 하반기 정년퇴임식을 열고 김종신 경정의 공직 생활을 기념했다.

 

김종신 경정 정년퇴임식  ⓒ코리안포털뉴스

 

이날 퇴임식은 노민 MC의 차분하면서도 절제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약력 영상 상영, 훈·포장 수여, 퇴임사, 가족 소감, 축하 공연과 기념 촬영까지 이어진 행사는 형식보다 의미에 집중한 자리였다. 사회를 맡은 노민 MC의 절도 있는 진행은 행사 전반에 품격을 더하며 엄숙하면서도 따뜻하게 진행됐다.

 

김 경정은 1989년 경찰에 입직한 이후 형사기동대, 생활안전, 정보·외사, 112상황실, 감사·감찰 부서 등 경찰 조직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현장과 행정을 넘나드는 이력은 그의 공직 경로를 설명하는 외형이었고, 그 중심에는 늘 변하지 않는 기준이 자리하고 있었다. 법과 원칙, 그리고 책임이었다.

 

동료들이 기억하는 그는 묵묵히 현장을 지키는 관리자였고, 후배들에게는 판단의 기준이 되는 선배였다. 수차례의 표창과 국무총리 표창은 결과로 남았지만, 조직 안에서 그의 이름은 성과보다 태도로 회자됐다.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기준을 낮추지 않았다는 평가가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재직기념패와 훈장증에 담긴 36년의 공직  ⓒ코리안포털뉴스

 

이날 전달된 재직기념패와 훈장증에는 ‘경찰 발전에 기여’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원칙을 선택해온 36년의 시간이 담겨 있었다. 성과를 위해 기준을 유연하게 바꾸기보다, 시간이 지나도 조직과 국민에게 남을 선택을 해왔다는 점에서였다.

 

김 경정의 공직 철학은 조직 내부에서만 형성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가치관의 뿌리를 백범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에서 찾는다. 단기적 성과보다 문화와 공공의 힘을 중시하는 관점은 그의 판단 기준으로 이어졌다.

 

중학생 시절 심었다는 은행나무 다섯 그루가 45년이 지나 마을의 그늘이 되었다는 일화에서 그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당장의 결과보다 시간이 흐른 뒤 남는 가치를 선택해온 사람, 공직에서의 결정 역시 늘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그는 밝혔다. 이 판단이 조직과 국민에게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였다. 공직에서의 판단 역시 늘 이 결정이 조직과 국민에게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그는 밝혔다.

 

퇴임사에서 그는 공을 자신보다 동료와 가족에게 돌렸다. 특히 36년간 곁을 지켜준 배우자에게 전한 감사의 말은 행사장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어진 가족의 소감과 동료들의 박수는 그가 어떤 상관이었고, 어떤 동료였는지를 말없이 증명했다.

 

정년퇴임은 끝이 아니었다. 그의 삶은 멈추지 않는다. 김종신 경정은 공직에서 쌓은 감사·감찰 경험과 공공성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또 다른 공공의 자리에서 사회에 기여할 뜻을 밝히고 있다.

 

제복은 벗었지만, 원칙과 책임이라는 이름의 사명은 그의 삶에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36년을 관통한 선택의 기준은 퇴임과 함께 사라지지 않았다. 김종신 경정에게 퇴임은 마침표가 아니라, 또 다른 공공의 역할을 향한 출발선이다.

 

 

작성 2025.12.31 20:48 수정 2025.12.3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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