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석의 ON 시(詩)그널] 윤보영 시인의 감성시 ‘커피’

하루를 깨우는 작은 따뜻함

사소한 순간 속에서 드러나는 마음의 방향

부재가 만들어낸 감정의 여백을 들여다보는 시간

[편집자 주]


하루가 빠르게 흘러갈수록 마음이 어디에서 흔들리고 어디에서 잠시 멈추는지 알지 못한 채 지나갈 때가 있다. 차갑게 느껴지는 말 한 줄에도 마음이 움츠러들고, 반대로 따뜻한 눈빛 하나가 괜스레 위로되는 순간도 있다. 그래서 가끔은 삶의 속도를 천천히 늦추고 마음의 결을 조용히 살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전준석의 ON 시(詩)그널’은 그런 시간 속에서 독자와 함께 머물기 위해 만들어진 칼럼이다. 35년 동안 경찰 현장에서 약자를 보호하고 인권과 조직문화를 지켜온 시선으로, 일상에서 쉽게 놓치고 지나가는 감정의 온도를 시(詩)를 통해 다시 비춰보고자 한다. 시가 전해오는 작은 떨림이 하루의 방향을 부드럽게 바꿔줄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함께 이 글을 시작한다.

 

 

사진=전준석 기자

 

커피

 

커피에
설탕을 넣고
크림을 넣었는데
맛이 싱겁군요

 

아!
그대 생각을 빠뜨렸군요.

 

_윤보영


 

짧고 가벼운 문장처럼 보이지만, 시인은 가장 사소한 장면 속에서 마음의 본질을 끄집어낸다. 커피 한 잔을 두고 설탕도 넣고 크림도 넣었는데 여전히 싱겁다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그 이유를 금세 짐작하게 된다. 시가 말하고 있는 ‘싱거움’은 입에서만 느껴지는 맛이 아니라 마음에서 느껴지는 허전함에 가깝다. 시인은 커피의 부족함을 통해 결국 마음의 빈 곳을 비춘다. 그대가 빠져 있는 자리, 그 한 구절이 시의 방향을 확 바꾼다.

 

사람은 종종 이런 마음의 공백을 작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느끼곤 한다. 커피의 맛이 이상하다고 느끼는 날은 대부분 피곤해서가 아니라, 어딘가 마음이 비어 있기 때문일 때가 많다. 아무리 설탕을 더하고, 크림을 더해도 채워지지 않는 맛처럼, 관계에서도 필요한 감정이 빠져 있을 때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싱겁다’는 느낌을 받는다. 시는 그 순간을 아주 간단한 문장으로 정확하게 포착하고 있다.

 

커피가 알려주는 마음의 신호. 시진=NotebookLM

 

특히 “아! 그대 생각을 빠뜨렸군요”라는 고백은, 누군가의 존재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일상에 스며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대라는 존재가 들어온다고 해서 커피의 실제 맛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 온도는 확실히 달라진다. 관계는 특별한 순간보다 이렇게 사소한 장면에서 더 크게 드러난다. 그대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커피의 맛까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는 이 시는, 결국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아주 부드럽게 알려준다.

 

이 시를 읽으면 일상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바쁜 하루를 견디기 위해 커피를 반복해서 마시지만, 그 안에 담겨야 할 마음의 온도는 종종 잊고 지나간다. 그래서 커피가 싱겁게 느껴지는 순간은 어쩌면 누군가가 마음에서 빠져 있다는 조용한 신호일지도 모른다. 시인은 그 신호를 ‘그대 생각’이라는 단어로 가볍게 올려놓으며, 일상의 결을 다시 보게 만든다.

 

오늘 커피를 마시는 순간, 맛보다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 설탕도 크림도 내지 못한 따뜻함이 누군가의 존재에서 온다면, 그것만으로 하루의 결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시가 전하는 이 작은 울림이 독자들의 마음에도 은은하게 스며들기를 바란다.

 

 

시인 프로필

 

사진=윤보영 시인

 

윤보영 시인은 일상의 사소한 순간을 사랑과 따뜻함의 시어로 바꾸어내는 감성 시인이다. 짧은 문장 속에 위로와 미소를 동시에 담아내는 독창적인 표현으로 많은 독자의 공감을 얻고 있으며, 관계와 삶의 온도를 밝히는 작품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현재 건국대학교 미래지식교육원 외래교수,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통합치유학과 외래교수, 한국감성캘리그라피협회 이사장, 한국감성시협회 이사장, 윤보영감성시학교 이사장, 한국파킨슨희망연대 홍보대사, 문경시 홍보대사, 공공기관, 복지관, 단체 등에 '시로 여는 행복한 세상' 인문학 특강, 한국뇌성마비협회, 서울북부보훈지청 '감성시 쓰기반' 운영 등을 하고 있다.

 

25년에는 윤보영동시전국어린이시낭송대회 개최(8회), 수국축제와 '수국 디카시공모전' 개최, ‘경찰사랑 K치안디카시공모전’ 개최, ‘가은아자개장터 디카시공모전’을 개최하였다.

 

보건복지부, 국무총리실 등 근무(부이사관 퇴직), 한국보건의료연구원(실장)·의료기관평가인증원(본부장) 근무,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2009년, 경운기 소리) 당선, 시집으로는 ‘윤보영 시인처럼 감성시 쓰기’ ‘경찰인 엄마 아빠가 제 자랑이에요!’ 외 25권을 발간하였다.

작성 2025.12.04 14:19 수정 2025.12.0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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