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역사] 26. 산잔 왕국과 명나라에 조공한 역사

세 왕국의 경쟁 속에 피어난 외교와 무역의 시대

조공을 통한 명과의 교류, 대교역 시대의 시작

쇼하시의 통일, 류큐 왕국 건국으로 이어지다

ⓒOCVB

 

오키나와 역사에서 삼산(三山) 시대는 분열과 경쟁의 시기이자, 동시에 명(明)나라와의 조공 관계를 통해 류큐 왕국 번영의 기반을 마련한 전환기였다. 14세기 초, 오키나와 본섬은 세력 구도가 뚜렷해지며 북산 왕국(北山王國), 중산 왕국(中山王國), 남산 왕국(南山王國)으로 나뉘었다. 세 왕국은 약 100년 동안 서로 경쟁하며 세력을 확장했다.

 

북산 왕국은 본섬 북부를 중심으로 요론 섬(与論島)을 비롯한 여러 주변 섬까지 세력권에 포함시켰다. 거점은 나키진 구스크(今帰仁グスク)로, 견고한 석축과 넓은 영토를 자랑했다. 중산 왕국은 본섬 중부 지역인 나하와 우라소에 일대를 지배했다. 초기에는 우라소에 구스크(浦添グスク)를 거점으로 삼았으며, 점차 슈리(首里)로 중심을 옮기며 통일 왕국의 기반을 다졌다.

 

남산 왕국은 본섬 남부, 오늘날의 이토만 부근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세 왕국은 각자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경쟁하며 정치적 주도권을 놓고 싸움을 이어갔다. 1368년 명나라가 수립되면서 동아시아는 새로운 국제 질서로 재편되었다. 명은 해금 정책(海禁政策)을 시행해 자유무역을 금지하고, 조공 관계를 맺은 나라에만 교역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오키나와의 삼산 왕국들도 명나라의 부름에 응해 조공 무역을 시작했다.

 

1372년, 중산 왕국의 삿토(察度) 왕이 명나라에 사신을 파견해 조공 관계를 시작했다. 이는 류큐와 명나라 간의 공식 외교의 시작이었다. 이후 남산의 쇼삿도(承察度)와 북산의 하니지왕(怕尼芝)도 명나라에 입공하며 각각 산남왕과 산북왕의 지위를 인정받았다. 명 황제는 이 세 통치자들에게 공식적인 왕호를 부여해, 류큐가 중국 중심의 책봉 체제(冊封体制)에 편입되었음을 선언했다.

 

삼산 시대의 조공 무역은 단순한 외교를 넘어 동아시아 경제 네트워크의 중심을 형성했다. 명나라로 향하는 조공사(進貢使)는 약 300명 규모로 조직되었으며, 2년에 한 번꼴로 파견될 정도로 활발했다. 류큐가 명나라에 바친 헌상품은 유황, 말, 조개류, 바쇼후(芭蕉布) 같은 오키나와 특산품뿐 아니라, 일본의 공예품과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한 희귀 물품들도 포함됐다. 류큐는 명나라로부터 수입한 비단, 도자기, 청동기 등을 일본과 조선, 동남아시아에 재판매하며 중계 무역국으로서의 지위를 확립했다. 이와 동시에 일본과 동남아에서 수입한 물품을 다시 명나라에 바치는 역할도 수행했다.

 

명나라는 조공 무역에 적극적인 류큐를 다른 나라보다 우대했으며, 특히 유황은 군수 자원으로 높이 평가받았다. 이로써 류큐는 동아시아와 동남아를 잇는 핵심 교역국으로 성장했다. 삼산 시대의 경쟁은 중산 왕국의 유력자 쇼하시(尚巴志)의 등장으로 끝을 맺었다. 쇼하시는 1416년에 북산 왕국을 멸망시키고, 이어 1429년 남산 왕국까지 정복했다. 이를 통해 오키나와 본섬을 완전히 통일하고, 류큐 왕국(琉球王國)을 세웠다.

 

그는 수도를 슈리 성(首里城)으로 정비하고 나하 항(那覇港)을 무역의 중심지로 발전시켰다. 또한 중국, 조선, 동남아시아 등과의 교역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번영을 이루었다. 쇼하시가 세운 왕조는 제1차 쇼씨 왕통으로 불리며, 이후 류큐는 ‘대교역 시대(大交易時代)’라 불리는 황금기를 맞이했다.

 

삼산 시대는 세 왕국의 경쟁과 명나라와의 외교를 통해 류큐가 국제 질서에 편입된 시기였다. 조공 무역은 류큐의 경제 기반을 강화했고, 쇼하시의 통일은 오키나와가 독자적인 왕국으로 발전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작성 2025.10.07 16:56 수정 2025.10.0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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