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맞이 일제강점기 한글을 지킨 사람들

부귀 영화 대신 우리말을 지킨 정태진 한글학자

 

정태진 기념관 (출처: https://tour.paju.go.kr/user/tour/place/BD_tourPlaceInfoView.do?menuCode=8&cntntsSn=542)

 

 조선어학회 사건 시작은 한 여학생의 일기장이었다. 홍원경찰서 후카자와 형사가 박병엽이라는 지역 유지 자제를 의심했고 홍원경찰서로 연행되었다. 딱히 혐의가 나오지 않자 홍원경찰서에서는 형사들을 파견하여 그의 집을 샅샅이 수색했다. 또 특별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으나, 야스다(安田稔)라는 조선 이름 안정묵이라는 형사가 박병엽의 조카딸 박영옥의 일기장을 증거로 압수해갔다.

 

 그 일기장에 한 구절에서 일제가 원하던 “국어(國語, 일본어를 말함)를 상용(常用)하는 자를 처벌하였다”라는 구절을 찾았다. 그리고 그렇게 말한 교사를 찾으려 박영옥을 비롯한 영생여고보 학생들을 심문했고, 한글학자이자 과거 교사였던 정태진을 잡아들였다. 당시 정태진은 조선어학회에서 조선어사전 편찬 작업 중이었고, 그와 일하던 이들이 모두 잡혀 들어가게 되었다. 

 

 1942년 10월 1일에 이극로, 이중화, 장지영, 최현배, 한징, 이윤재, 이희승, 정인승, 권승욱, 이석린 등 11명의 조선어학회 간부가 검거되었다. 그리고 1943년 3월까지 이우식, 김법린 등 전국 각지에 있던 조선어학회 회원 및 사전편찬 후원회원들까지 잡혀가 총 33명이 검거되었다. 그 외에도 자백을 강요받으며 고초를 겪은 이들은 50명이 넘는다.

 모진 고문과 열악한 감옥 환경으로 이 과정에서 이윤재 선생님과 그리고 한징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이때 이윤재 선생님을 지독히 고문했던 이가 이윤재의 제자 시바다, 조선 이름 김건치라는 자라고 한다. 

 

 일제강점기 역사를 알수록 일본인보다 더 지독하게 한국인을 괴롭혔던 것은 한국인 출신 경찰들이다. 같은 민족을 괴롭혀 자신의 자리를 만들고 부귀와 영화를 누린 자들이 해방 후에도 잘 살았다는 게 알수록 화가 난다. 

 

 정태진 선생님이 영생여고보를 일하다 미국 유학을 떠났다. 석사까지 마치고 박사 제안을 받았지만 고국으로 돌아왔다. 유학 후 귀한 미국 석사여서 좋은 자리 제안이 많았다. 그러나 약속을 지키려 영생여고보 교사로 돌아갔다. 우리말과 얼을 너무 사랑해서 가르치는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해방 후에도 귀한 미국 석사여서 좋은 자리 제안이 많았지만, 사전을 만들고 가르치는 일을 선택했다. 

 

 정태진 선생님이 아들에게 이야기했듯이, ‘사람은 어떤 어려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정도를 걸어야 한다,’는 자세로 평생 사셨다. 마지막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돌아가시고, 생가가 개발 논리로 사라질 뻔했다. 그러나 뜻있는 사람들 덕에 집을 옮겨 현재 파주 중앙도서관 옆에 다시 세웠다. 그런 노력이 없었으면 많은 독립운동가 생가나 살던 장소처럼 사라졌을 수도 있다. 

 

 해방 후 가르치는 일을 하며, 1946년 국어과 부교재인 ‘중등 국어 독본’을 내셨다. 중등 국어 독본 맨 앞에 실린 정태진 선생님의 시로 오늘은 마무리하려 한다.

 

우리의 말은 자연의 꽃이요

우리의 글은 문화의 꽃이다

 

이 말 이 글이 빛나는 날에

아름다운 꽃 향기

 

쓸쓸하던 이 강산에

새 봄을 자랑하리

 

-출처: 한글전사 정태진, 방현석 지음-

 

 정태진 선생님을 더 알고 싶으면 방현석 작가님의 ‘한글전사 정태진’을 읽어 보길 권장한다. 이 책을 읽고 이런 분을 모른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작성 2025.09.30 21:49 수정 2025.09.30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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