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번들링(Unbundling)의 시대, 소비자가 판을 바꾼다”

미디어·금융·커머스 전방위 확산… 맞춤형 선택으로 권력 이동

기술 발전과 소비자 요구 변화가 촉발… 리번들링 흐름도 등장

산업 전반에 ‘언번들링(Unbundling)’ 바람이 거세다. 언번들링은 기존에 하나로 묶여 판매되던 상품이나 서비스를 쪼개어 각각 독립적으로 제공하는 현상을 뜻한다. 과거에는 공급자가 상품과 서비스를 한데 묶어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제한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만 고르고, 쓰고, 지불하는 구조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사진 출처: 챗gpt 이미지]

가장 큰 변화는 미디어 산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케이블TV 시절에는 수십 개 채널을 묶어 단일 요금제로 판매했지만, 최근에는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티빙 등 개별 구독 서비스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정 장르에 특화한 스포츠 중계 전문 스트리밍이나 애니메이션 전용 플랫폼도 등장해 이용자들의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시청자는 더 이상 원하지 않는 채널을 억지로 구독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소프트웨어 분야도 흐름이 비슷하다. 한때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를 구매해야 문서 작성, 프레젠테이션, 메신저 기능을 모두 사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구글 독스, 캔바, 슬랙처럼 개별 기능에 특화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가 확산되며 기업과 개인 사용자는 필요에 맞는 도구만 선택해 활용하고 있다. 기능 단위로 쪼개진 서비스가 오히려 생산성과 비용 효율성을 높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핀테크가 언번들링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은행이 예금·대출·송금·투자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하던 전통적 구조는 서서히 흔들리고 있다. 카카오페이와 토스는 간편 송금과 결제 서비스로 시장을 공략했고, 뱅크샐러드는 자산 관리 기능에 집중해 소비자의 호응을 얻었다. 이처럼 은행의 각 기능이 스타트업의 혁신으로 분리돼 제공되면서 금융 산업의 경쟁 구도도 달라지고 있다.

 

커머스 시장에서도 유사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대형 유통사가 ‘원스톱 쇼핑’을 내세워 모든 상품을 한 곳에서 판매하던 방식 대신, 특정 카테고리에 집중한 전문 플랫폼이 성장세를 타고 있다. 무신사는 패션에, 마켓컬리는 신선식품에 집중하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품목만 전문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언번들링 확산의 배경에 기술 발전과 소비자 요구 변화가 있다고 진단한다. 모바일과 온라인 환경이 개별 서비스 제공을 손쉽게 만들었고, 소비자는 불필요한 기능이나 상품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맞춤형 서비스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번들링이 곧바로 서비스 파편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개별 서비스를 다시 묶어 제공하는 ‘리번들링(Re-bundling)’ 현상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여러 스트리밍 플랫폼을 한 번에 구독할 수 있는 통합 결제 서비스나 결제·송금·투자를 한 곳에서 제공하는 슈퍼앱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언번들링과 리번들링은 대립이 아니라 순환 과정”이라며 “시장은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라는 큰 방향 아래에서 두 흐름이 공존하며 새로운 균형을 찾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형근 정기자 기자 koiics@naver.com
작성 2025.09.14 08:39 수정 2025.09.14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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