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헌식의 역사칼럼] 정유재란 시기 명나라 전투선 사선과 호선

윤헌식

임진왜란이 발발한 다음 해인 1593년부터 명나라와 일본 사이에 강화 교섭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강화 교섭은 몇 가지 문제에 대해 서로 의견이 충돌하면서 1596년에 결렬되었다. 명나라 황제 만력제는 일본의 재침에 대비하여 1597년 2월경 조선으로 파병하는 계획을 승인하였다. 그러다 1597년 7월 16일 칠천량해전이 발발하자 조선으로 명나라 수군을 파병하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하였다.

 

1597년 10월경 명나라 수군 가운데 계금(季金)이 이끄는 병력 3,000∼3,300명이 제일 먼저 조선에 도착하였다. 1598년 6월에는 진린(陳璘) 휘하 병력이 도착하여 조선 조정의 환대를 받은 다음 남해안으로 내려가 조선 수군과 합류하였다. 또한 왜교성 전투 시기인 1598년 9월에는 왕원주(王元周)·복일승(福日昇)·이천상(李天常)이 휘하 병력을 이끌고 왜교성 앞바다로 와서 진린·계금의 병력과 합류하였다.

 

정유재란 시기 명나라 수군의 주요 병선은 사선(沙船)과 호선(唬船)이었다. 사선은 중국 강소·절강 지방에서 발달하여 양자강 이북에서 널리 사용된 선박이다. 크기는 명나라 시대를 기준으로 대형·중형·소형 등으로 다양하며, 길이는 크기에 따라 각각 100척·70척·50척·30척 등이다. 보통 대형 사선은 돛만 사용하고 소형일수록 노를 많이 사용하였다. 호선은 팔라호선(叭喇唬船)으로도 불리며, 중국 명·청 시대에 절강과 복건 지방에서 사용된 비교적 작은 병선으로서 길이는 40척, 너비는 10척 정도이다. 돛과 노로 운행하며 속력이 빨라서 연해를 정탐하거나 적선을 추격하기 편리하므로 16세기 명나라의 척계광(戚繼光)이 왜구를 토벌할 때 많이 사용하였다.

 

위 사선과 호선에 관한 기록은 고 김재근 교수의 『속한국선박사연구』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으며, 인터넷에서도 관련 정보가 쉽게 검색된다. 임진왜란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사선과 호선에 대해 알고 계신 분들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글에서 사선과 호선에 대해 살펴보려는 이유는, 새로운 사료가 발굴되고 관련 연구 자료도 지속적으로 출간되면서 사선과 호선에 관한 새로운 정보가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무비지』에 수록된 사선과 팔라호선 그림 - 자료 출처; 『속한국선박사연구』

 

​최근 명나라의 병부시랑(兵部侍郎) 송응창(宋應昌)의 『경략복국요편(經略復國要編)』과 군문(軍門) 형개(邢玠)의 『경략어왜주의(經略禦倭奏議)』가 번역되어 국내에 책으로 출간되었는데, 여기에는 사선과 호선에 관한 기록도 다수 수록되어 있다. 『경략복국요편』과 『경략어왜주의』는 각각 『명나라의 임진전쟁』과 『명나라의 정유전쟁』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본이 국립진주박물관에서 출간되었는데, 국내 사료에서는 찾기 어려운 귀중한 정보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으므로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찾아보시기를 바란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1592년 9월 명나라는 송응창의 상소에 따라 일본의 명나라 본토 공격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병력과 병선을 징발하여 천진(天津)에 집결시키고, 추가로 새로운 병선을 건조하였다. 이때 징발된 병선은 절강(浙江)의 사선 20척, 절강의 호선 60척, 남직(南直)의 사선 20척, 남직의 호선 40척이다. 또한 새로 건조한 병선은 복선(福船) 20척, 창선(倉船) 80척 또는 100척, 사선 50∼60척, 팔장(八槳)·오장(五槳)·팔라호(叭喇唬) 30∼40척이다. 그리고 사선·호선의 탑승 인원은 1척당 20명 또는 15~16명으로 산정되었다. 이 시기에 건조된 병선의 일부는 정유재란 시기 조선에 파병되었을 것이다.

 

명나라의 여러 병선 가운데 사선과 호선을 정유재란 시기 명나라의 주요 전투선으로 보는 이유는, 『선조실록』, 『재조번방지』, 신흠의 『상촌집』과 같은 당대 사료에 명나라 주요 병선으로서 사선과 호선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한 충무공 이순신의 『난중일기』에도 다음의 기록이 있다.

 

『난중일기』, 1598년 10월 3일

 

도독(진린)이 유 제독(유정)의 밀서에 따라 막 어두워질 무렵 싸우러 나가서 밤 3경(밤 11~1시)까지 공격하다가 사선 19척, 호선 20여 척이 불탔다. 도독이 화난 모습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안골포만호 우수가 탄환을 맞았다.

 

[원문] 都督因刘提之密書 初昏進戰 三更至搏擊 沙船十九隻唬船二十餘隻被焚. 都督之顚倒 不可言. 安骨萬戶禹壽中丸.

 

위 기록은 사로병진작전 시기 왜교성 전투 때 벌어진 조명연합수군과 일본군의 전투에 관해 서술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날 명나라 수군이 입은 선박 피해가 서술되어 있는데, 사선과 호선만 나타난 점을 통해 명나라의 주요 전투선이 사선과 호선임을 짐작할 수 있다.

 

​『선조실록』의 같은 달 기사(권105, 31년-1598년 10월 24일 병자 2번째 기사)는, 왜교성 전투 때 피해를 입은 명나라의 병선 23척 가운데 큰 병선 2척은 각각 100여 명을 실었고 나머지 작은 병선 21척은 각각 30여 명 또는 40여 명의 병력을 실었다고 기록하였다. 여기에 언급된 작은 병선은 사선과 호선임으로 유추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사선과 호선의 1척당 탑승 인원이 30~40명임을 알 수 있다.

 

『경략어왜주의』에는 1592년경 사선 50척과 사병(沙兵) 1,700여 명을 모아서 천진으로 지원을 나간 일이 기록되어 있는데, 사선 1척당 탑승 인원을 계산해보면 34명이다. 또한 『경략어왜주의』에는 1598년 1월경 명나라 수병 10,000명이 여순(旅順)에 집결할 때 사선·호선 등의 병선 280척이 동원된 일이 실려 있는데, 사선과 호선의 1척당 탑승 인원을 계산하면 약 35명이다. 이 평균 탑승 인원은 위 『선조실록』에 기록된 사선과 호선의 평균 탑승 인원 30~40명과 부합한다.

 

​『속한국선박사』는 임진왜란 시기 조선으로 파병된 사선의 크기를 조선 남해안의 지리적 조건을 고려하여 50~70척 크기의 중형 사선으로 추정하였다. 하지만 『선조실록』과 『경략어왜주의』에 나타난 탑승 인원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중형보다는 소형에 가까운 사선 위주로 파병이 이루어진 것 같다.

 

[참고자료]

김재근, 『속한국선박사연구』, 서울대학교 출판부, 1994

구범진 등, 『명나라의 임진전쟁』, 국립진주박물관, 2020

구범진 등, 『명나라의 정유전쟁』, 국립진주박물관, 2024

조원래⋅기타지마 만지(北島万次)⋅첸샹솅(陈尙胜) 외, 『한중일공동연구 정유재란사』, 2018

한명기, 「정유재란 시기 명 수군의 참전과 조명연합작전」, 『군사』 38, 1999

이종화⋅윤헌식, 「노량해전의 조명연합수군 규모」, 『군사』 126, 2023

한국고전종합DB, 신흠(申欽), 『상촌집(象村集)』

한국고전종합DB, 『재조번방지(再造藩邦志)』

 

 

[윤헌식]

칼럼니스트

이순신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저서 : 역사 자료로 보는 난중일기

이메일 : thehand8@hanmail.net

 

작성 2025.07.11 09:59 수정 2025.07.1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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